(사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고 하지만, 맑은 물과 맑은 공기만은 예외인 것 같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한결같이 맑은 공기와 물이 있는 산속에 들어온 이후에 만성질환이나 위험한 암을 고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외치는 것은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도시인들에게 집값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 중에 1위는 ‘교통 편리성’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에 가까운 주택에서 사는 주부들은 집안을 청소할 때마다 새까맣게 묻어나는 검은색 먼지의 정체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타이어가 아스팔트와 마찰하여 발생하는 고무 가루와 디젤 차량에서 다량 검출되는 검은 연기속의 유해한 성분들이 뒤섞이면서 창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교통이 편리한 곳에 살면서 얻는 이득도 있지만, 그 이상의 부정적인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관악구는 공해 물질을 흡수해 줄 수 있는 녹지가 비교적 넓게 분포하고 있는 곳이지만, 산과 인접한 곳에 산다는 것에 자부심이 느끼지 못한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가장 쾌적하고 이상적인 주거지역으로 손꼽는 곳이 한국에서는 저렴한 주거지로 평가되고 있다. 다른 것은 미국을 따라 가려고 발버둥 치면서, 정작 건강한 삶에 가장 중요한 주거환경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잘 산다고 하지만 그들에 미치려면 한참 멀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젊은이들도 고소득의 직장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삶은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건강하고 여유있는 시간의 가치를 선택할 만큼 지혜롭다. 멀지 않은 미래에 관악산과 도림천을 끼고 있는 관악구는 웰빙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때맞추어 관악구가 ‘맑은 공기 관악’을 주창하고 나선 것은 시의적절한 선택이라고 본다. 그동안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맑은 공기’가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이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현재 27,195$)을 넘기게 되면 ‘맑은 공기의 관악’이 미래의 강남으로 대체될 날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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