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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기사입력  2015/01/23 [15:52] 최종편집   
▲영화 인터스텔라 포스터

 

■과학&영화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전작 '다크나이트'에서 월가의 폭동을 다루었다. 신자유주의 30년, 극심한 빈부격차의 주범인 금융자본과 증권거래소를 겨눈 영화였다. 감독의 혜안이 이번에는 지구온난화를 향한다.


인류가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마구 써댄다면 필연적으로 도달하게 될 종착역. 사막화, 물 부족, 식량문제, 병충해의 창궐...티핑포인트를 통과하게 되면 이 지구는 종전으로 되돌아가지 못한다. 영화의 배경은, 기후변화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통과하여 문명의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는 때이다. 감독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이 점을 명시하지 않는다. 단지, 불과 몇 십 년 후에 그러한 일이 닥칠 수도 있다는 암시가 장면 곳곳에 보인다.


이러한 지경에 이르면 인류가 택할 길은 둘 중의 하나, 대멸종을 맞든가 지구를 탈출하든가. 하지만 어디로 갈 것인가. 우주는 광대하다. 우리 은하의 바로 옆의 이웃인 안드로메다까지 200만 광년. 빛의 속도로 이백만 년을 날아가야 한다. 현재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빠른 우주선의 속도로 43억 년쯤 걸릴 것이다! 그리하여, 찾아낸 지름길이 웜홀이다.


영화에서는, 5차원 시공간에 존재하는 인류가 위기에 처한 4차원 인류를 위해 토성 근처에 웜홀을 만든다. 웜홀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물리학 이론으로는 존재가능하다. 2차원 공간인 A4 종이 위에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선을 그어 놓고, 선의 양 끝이 맞닿도록 종이를 구부려 보시라. 거리가 훨씬 가까워진다. 즉, 2차원에서 먼 거리가 3차원 공간에서 극도로 단축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4차원에서 200만 광년의 거리가 5차원 시공간을 통해서 이웃 동네처럼 가까와지는 것이다.


웜홀을 통해 공간이 단축되면, 시간은 어떻게 되는가? 우리는 시간이란 마치 강물처럼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과거, 현재, 미래란 우리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환상이다"라고 하였다. 내가 태어난 1964년 6월 8일은 이미 흘러가버린 과거가 아니다. 지구로부터 50광년 떨어진 행성에서 망원경으로 지구를 들여다본다면, 내가 이제 막 태어나서 엄마 젖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앞으로 30년 후 내가 이 지구에서 죽더라도, 80광년 떨어진 행성에서 보면 나는 여전히 갓난아기인 것이다. 이처럼,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스냅샷 필름처럼 이 우주의 매 순간 각 단면들은 사라지지 않고 이 우주 속에서 영원히 떠돌며 존재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블랙홀 내부에서 매 순간을 기록한 스냅샷 필름을 모두 볼 수 있다고 설정하고 있다.


블랙홀은 이미 관측되었고, 이 우주의 주인공 중 하나이다. 우리 은하 중심에도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 지구를 한 주먹 크기로 뭉치면 중력이 극도로 커져서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는 시커먼 괴물로 변한다. 블랙홀 내부는 극단적으로 중력이 강해서 그 내부를 설명하는 물리학 이론이 아직도 정립되지 않았다. 영화에서 블랙홀 내부의 장면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러한 모습일 거라고 이론적으로 확실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것이다.


웜홀을 통한 우주여행을 마치고 4차원으로 귀환한 주인공은 불과 두 살 정도 나이를 먹었는데, 초등학교 다니던 딸은 90살, 임종을 앞두고 있다. '시간지연' 효과이다. 이 부분은 과학적으로 확실한 내용이다. 물리학에서 시간지연 효과가 발생하는 지점은 두 군데. 빠르게 달리는 물체에서,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빠르게 날아가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쌍둥이는 지구에 남아있던 쌍둥이 보다 더 젊다. 또한, 당신이 지상 30cm에서 79년 동안 산다면 지상에서 산 사람보다 900억 분의 1초 빨리 죽는다. 중력이 약하면 시간이 빨리 흐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GPS는 이중의 시간보정을 해야 한다. 위성이 빠르게 날기 때문에 시간지연이 발생하고, 지상 몇 만 킬로 높이에서 날기 때문에 시간단축이 발생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기에도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 적용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우주에서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갖춘 행성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초기 우주의 온도가 수십조 도였다가 137억년 동안 점차로 식어서 이제는 평균 온도가 섭씨 영하 270도이다. 절대온도 0도를 불과 3도 남겨두고 있다. 절대온도 0도에 이르면, 모든 분자의 운동이 정지하고, 이 우주는 영원히 잠든다. 불과 몇 백 킬로미터 상공, 대기권의 보호를 벗어나자마자 이러한 혹독한 환경과 마주하게 된다.


광막하고 차디 찬 우주. 그 한 구석에서 영상 14도의 쾌적한 온도에 생명이 찬란히 꽃피우고 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러니, 이 우주에서 당신이라는 지적 생명체를 만나고,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숭고한 일이다. 영화 속 여주인공 브랜드 박사의 대사가 가슴을 후려쳤다. "사랑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예요."


당신이 영화 속 주인공 우주비행사라면 어떡하시겠는가. 어린 딸과 이별하고 죽음의 공포와 마주하며 귀환 가능성이 희박한 우주로 떠나겠는가. 아니면, 참혹한 환경 아래 꺼져 가는 문명을 바라보며 어린 딸과 함께 최후의 순간들을 견딜 것인가. 톨스토이는 “인생론”에서 이렇게 답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 죽음은 행복과 생명의 파멸로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행복과 생명은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는 사람의 생명에 의해서 소멸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의 생명의 희생으로 더욱 증대되고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치선/ 서울대 물리학과 · 변호사

재창간 2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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