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관리공단이 지난달 24일 지하철에서 봉변을 당하던 여자 승객을 도우려다 괴한의 흉기에 찔려 숨진 소방관 채희수(38·소방교)씨의 유족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관악소방서 신림파출소 구급반장으로 일하던 채 소방교는 지난달 24일 오전 7시40분쯤 지하철 2호선 대림역 승강장에서 출근길에 나서다 김모(34)씨가 "몸을 부딪치고도 사과하지 않는다"며 홍모(22·여·S대휴학생)씨의 뺨과 머리를 때리는 장면을 보고 이를 제지했다. 그러나 김씨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홍씨에게 욕설을 퍼붓자 채 소방교는 그를 붙잡고 역무실로 끌고 갔다. 그러던 중 채 소방교는 김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2시간만에 숨졌다.



채 소방교는 평소에도 노인정·고아원 등을 찾아 이발 봉사를 하는 등 선행이 남달랐다는 주위의 평가를 받고 있었다. 관악소방서는 부인 박승란(35)씨와 3살, 7살 난 두 자녀를 대신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유족보상금 청구를 했지만 공단 측은 최근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 왔다. 유족보상금의 지급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통상적 경로와 방법에 의해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경우'나 '공무 수행으로 인해 발생한 부상'이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채 소방교가 김씨를 역무실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재해는 출근 경로를 이탈한 것으로 '통상적 경로와 방법'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없으며 폭행 피의자를 연행한 행위도 '공무 범위내의 행위 혹은 공무의 연장'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전철역에서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한국인 유학생 고 이수현씨에 대해서 일본 노동당국은 산재의 일종인 노재를 인정했다. 순간적인 판단에 따라 선로에 뛰어든 만큼 출퇴근 행위가 중단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채 소방교가 순직한 것으로 인정됐을 때 받을 수 있는 유족보상금은 8천여만원. 순직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퇴직금 3천여만원만 지급된다.



박승란씨는 "남편의 목숨을 돈으로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다만 남편의 명예를 위해 순직을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