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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가 주는 교훈
기사입력  2024/11/05 [22:56] 최종편집   

(사설)

초한지가 주는 교훈

 

초한지를 처음 읽는 독자는, 귀족 집안 출신으로 무예가 출중하며 호탕한 기질을 지닌 항우에게 마음이 끌리게 된다. 그에 비해 한나라의 유방은 평범한 농민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동네를 누비는 건달에 불과한 흙수저 출신이다. 그래서 항우의 초나라가 천하를 통일할 것이란 기대로 읽게 된다. 이런 독자의 기대와는 달리,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역사가들은 유방이 승리한 원인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했지만, 무엇보다 유방 자신의 평가가 눈길을 끈다. 그는 말하기를 “군막 안에서 계책을 짜서 천리 밖 승부를 결정짓는 일이라면 나는 장량만 못하다.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달래고 전방에 식량을 공급하는 일이라면 소하가 나보다 잘한다. 100만 대군을 통솔하여 싸우면 승리하고 공격하면, 틀림없이 손에 넣는 일은 내가 한신만 못하다. 그러나 이 뛰어난 인재 3인을 내가 쓸 수 있었기에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렀다면, 항우의 옆에도 이런 책사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범증(范增)이란 인물이 있었다. 처음엔 항우도 범증의 조언을 잘 듣고 아버지처럼 따랐다. 그러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점차 패자의 지위로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과신하게 된다. 특히 진나라를 점령한 후에는 자만심과 자기 과시욕이 하늘을 찌르게 된다. 과거와 현재를 가릴 것 없이, 지도자가 작은 성공에 심취하여 오만해지면 패착을 두게 된다. 유방은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를 인정하고, 겸손하고 유연한 자세로 참모들의 전략에 귀를 기울였다. 항우를 지지하며 초한지를 읽었던 독자들은 이런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그러나 21세기를 사는 현실 정치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구청장, 시장, 도지사,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행정의 책임자들은 ‘인사가 만사’라는 격언을 잊는 듯하다. 항우는 유일하면서 탁월한 책사 ‘범증’마저 내치는 우(愚)를 범하면서 유방에게 무릎을 꿇게 된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20% 이하로 추락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씁쓸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전쟁과 경제의 한파가 휘몰아치는 글로벌시대에서 지도자의 자질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지도자가 인사정책에서 실패하거나, 자만심과 오만함에 빠지면 개인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망치게 할 수 있다. 충직한 참모라면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충언했던 조선의 선비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의 참모들 역시 지지율 하락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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