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주의는 이상적 정치 시스템인가?
한국은 1987년 유월항쟁을 거치면서, 실질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순항한 지 37년째를 맞이했다. 국민의 힘으로 이런 민주주의를 쟁취한 유래는 세계사적으로도 드물다고 한다. 그동안 정권교체도 여러 번 일어났지만, 정작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의외로 낮다. 가장 높을 때도 70%를 넘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민주주의의 권력은 삼권분립이라는 견제장치를 둔다. 즉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법부는 서로 독립적이며 견제 기능을 갖는다. 그런데 이들 기관 중 국회에 대한 국민신뢰도가 너무 낮다. 2023년 기준으로 국민신뢰수준을 보면, 중앙정부부처 53.8, 국회 24.7, 법원 48.5, 검찰 44.5로 나타났다.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법률을 만드는 국회의 신뢰도가 행정부와 사법부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결국 독재정권과 싸우면서 일선에서 피땀을 흘린 것은 국민이건만, 그 열매를 따먹는 자들은 애국적인 시민들의 대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 시민들은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갔지만, 정작 민주주의라는 배의 키는 비이성적으로 권력에 굶주린 집단들의 손에 넘겨진 것이다. 정부의 공무원과 사법부의 구성원들은 인사청문회 혹은 시험이라는 공정하고 철저한 검증을 거쳐서 임명된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진입할 수 있는 국회, 시·도단체장, 시의회, 구의회 등의 선출직은 그렇지 않다. 거론조차 하기 힘든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자라고 해도, 정당의 추천을 받으면 진출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거대 양당 정치 시스템에서는 무능하고, 부도덕한 반사회적 인물이라 할지라도 걸러내기 힘들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전과 10범의 지방의원과 전과 9범의 단체장이 당선되었다. 당선자 3명 중 1명이 범죄경력을 보유한 전과자란 결과를 경실련이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의 범죄유형도 음주운전, 뺑소니, 뇌물공여, 상해, 주거침입, 폭행, 사기, 특수절도 등 악질 범죄였다. 왜 국민의 신뢰도가 그렇게 낮게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이 주목하고 관심 갖는 대상은 지역주민이 아니라,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당 권력자이다.
각 정당마다 공천기준이 있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 변명이 가능하겠는가? 물증은 없지만, 뒷거래 없이 이런 비정상적 공천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이런 선출직일수록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에서는 비이성적, 비인격적 갑질을 서슴지 않는다. 지방의원뿐 아니라, 까다로운 공천 과정을 거치는 국회의원의 경우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최근의 국회 운영을 보면, 과연 이들은 국민과 국가의 안녕과 번영에 관심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미중갈등과 중동전쟁 등 살벌한 세계경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직장인들은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원수처럼 서로 싸우는 국회를 보면서, 이웃 일본은 또 무슨 생각을 할까? 당파싸움으로 조선은 스스로 파멸했다는 식민사관이 옳았다고 손뼉을 치지 않을까 두렵다. 이런 것이 민주주의라면,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