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일체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변한다.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않고 찰나 찰나로 흐른다. 어느 한 순간도 멈출 수 있는 것은 없다. 변화를 멈출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이 말씀은 불교의 가장 중요한 진리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가 상식처럼 믿고 있는 ‘전기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흐른다’라는 것도 사실은 ‘전자가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한다’가 사실이다. 과거에 진실처럼 믿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뒤바뀌는 것들이 21세기에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고집스럽게 꽉 붙잡고 있는 ‘사실, 진실, 진리’라는 것들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평범한 부처님의 이 말씀이 놀랍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미국 40대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의 경제정책 중 소위 ‘낙수효과’라는 것도 지난 20여 년간 정설처럼 받아들였지만, 현재는 거의 폐기된 경제이론에 되고 말았다.
과학적 지식조차 변하는데, 하물며 경제정책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견해 역시 시간 속에서 변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취임 초에 70%의 지지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하던 김영삼 대통령도 임기 말에는 14%로 급락했다. 결국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라는 것도 겨우 5년을 가지 못하고 변했다. 한때 87.3%의 놀라운 지지를 받았던 김대중 대통령조차도 임기 말에는 37.7%로 내려갔다.
결혼 전에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겠다던 남편의 맹세가 지켜지고 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따라서 언제 변할지 모르는 지지율에 연연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지도자는 공동체 전체가 함께 바라보고 나갈 수 있는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 주어야 하고, 반대자도 설득하기 위해 겸손하게 다가가는 미덕이 필요하다. 그리고 열정을 다해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따를 수 있다. 이런 지도자는 쉽게 변하는 사람의 마음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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