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칼럼)
기후전선으로 복귀한 미국
바이든이 당선됨으로써 인류는 파국적 기후위기를 타개해 갈 희망이 생겼다.
‘기후대선’이었던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는 여전히 기후변화 부정론을 폈고, 반면에 바이든은 적극적인 기후대책을 중요 공약으로 걸었다. ‘선라이즈 무브먼트’라는 기후행동 단체는 미국의 청년들이 경합주에서 바이든에게 적어도 350만 표를 몰아주었다고 추산했다.
바이든은 11월 23일 존 케리를 ‘기후특사’로 지명했다. 존 케리는 2004년에 민주당 대선 후보였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거물 정치인이다. 존 케리는 지명 직후 트위터에 “미국은 곧 기후위기를 시급한 국가 안보 위협으로 취급하는 정부를 갖게 될 것”이라고 썼다.
그는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하는 최초의 기후특보가 될 것이다. 존 케리는 2016년 4월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 서명할 당시 손녀딸을 안고 유엔총회장 단상에 올랐었다. 우리 아이들의 존속과 안전을 위해 협정에 서명하는 것이라는 의지를 표현한 행동이었다. 바이든이 존 케리를 기후특보로 지명했다는 것은 미국이 강력한 기후외교를 펴겠다는 뜻이다.
바이든의 기후위기 대응 공약
바이든은 취임 첫날에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 기후협정에 복귀할 것이고, 취임 100일 이내에 세계 기후정상 회의를 개최하여 각국의 야심찬 기후 약속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2021년 1월 21일 미국이 파리협정에 복귀했다는 뉴스를 보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바이든의 주요 대선공약을 요약하자면, ①2050년까지 100% 탈 탄소화, ②임기 4년 동안 매해 5000억 달러를 그린뉴딜에 지출(미국 예산의 10%, 대한민국 예산액과 비슷한 액수) ③2035년까지 모든 전력을 탄소 배출 없이 생산 ④10만 명 이상의 도시에 탄소 무배출 공적 대중교통 제공. 2030년까지 모든 버스를 전기화, ⑤2035년까지 모든 건축물의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 ⑥G20 국가들과 함께 탄소 다배출 프로젝트에 대한 무역 금융을 철폐 등이다.
EU가 예산의 20%를 그린뉴딜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에 비하면 소극적이긴 하나 전 세계 산업과 경제, 외교에 강한 임팩트를 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절반으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산업과 경제가 빠르게 탄소 제로로 전환해야 한다. 핵심 과제는 바이든 공약이 밝히고 있다. 첫째, 화석연료를 연소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석탄 발전소와 천연가스 발전소의 스위치를 꺼야 한다. 둘째, 내연기관 자동차의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의 75%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사용에서 비롯되므로 위 두 가지를 실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구의 기후시스템이 언제까지나 우리를 기다려주는 것은 아니다. 기후가 지금은 천천히 변하고 있으나 티핑포인트를 지나면 급변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지구가 스스로 막대한 온실가스를 뿜어낸다. 지구 대멸종의 역사에서 수차례 반복해서 일어난 일이다.
유엔 IPCC ‘1.5℃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현재의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10년이 지나지 않아서 티핑포인트를 넘어서게 된다. 위 보고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가량 줄여야 한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인류는 파국의 문턱에서 촉박한 시간싸움을 벌여야 한다. 바이든의 공약은 매우 불충분한 것이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절반가량 줄여야 한다고 명시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일보를 딛는 것이다. 2020년대는 인류의 문명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이다.
이치선/ 법무법인 해우 변호사
재창간 3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