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악구청의 협치는 어디까지 왔는가
고 박원순 시장은 ‘협치서울’를 구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분이다. 덕분에 서울의 25개 구청이 대부분 ‘협치’를 중요한 정책으로 채택했다. 그분이 생존해 계셨더라면, 서울의 협치 수준이 상당수준 향상되었을 것이다. 협치 행정이란 쉽게 말하자면, 구청의 정책과정 첫걸음부터 주민과 함께하는 것, 즉 정책을 공론화하고 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제를 발굴하여 실행해 나가며 주민을 행정의 좋은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모든 과정이 협치 행정이다.
이번 경전철 신림역사 명칭 공모에 대한 주민선호 투표도 협치의 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10번 역사 명칭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은 어설픈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었으며, 주민들에게 협치의 신뢰를 떨어뜨리게 했다. 협치는 유리잔과 같아서 세심하게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 쉽게 깨어질 수 있다. 그래서 공무원들의 입장에서는 엄청 고통스럽고 부담이 될 수 있는 정책이다. 과거처럼, 갑의 위치에서 밀어붙이는 것이 효율성이 높다는 관성에 젖어서는 진행되지 않는다. 일사불란, 신속, 효율을 우선 가치로 두면, 협치는 설 자리가 없다. 일 처리가 더디고 답답할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평가했을 때 ‘협치가 옳다’는 것을 앞선 선진국이 증명했다.
촛불정권은 대의 민주주의가 가진 약점과 병폐를 인식하고,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최적의 방안으로 ‘협치’를 선택한 것이다. 주민들의 대표라고 뽑은 지방의원들에 대한 주민의 만족도가 어떤지를 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명칭 확정 과정에서 보여준 행정절차가 협치의 정신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다. 협치의 핵심은 좋은 결과보다 공정한 과정과 절차의 존중에 있기 때문이다. 그저 생색내기와 구색맞추기 식이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런 것이야말로 현 정부에서 격파하고자 하는 전형적인 행정력과 예산의 낭비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