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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 읽어주는 남자다
(유종필의 관악소리)
기사입력  2018/04/23 [17:35] 최종편집   

 

▲유종필 구청장


(
유종필의 관악소리)
나는 시 읽어주는 남자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일깨운다 ” (T.S.엘리엇 <황무지> 맨 앞 구절)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상황을 황무지에서 싹트는 희망의 싹에 비유한 내용으로, 해마다 4월이면 떠오르는 시다. 정확한 뜻을 모르는 사람들도 그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란 구절은 안다. 어느덧 4월이다. 이 시가 생각나서 낭송해보았다.

▲시를 낭송하는 유종필 구청장 모습

 

나는 시 읽어주는 남자. 언제부터인가 관악산시도서관에서 시를 낭송하는 습관이 들었다. 이곳에는 시 낭송 소리를 밖의 등산객들이 들을 수 있도록 마이크와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사랑하는 가족 친지 친구에게 손 편지를 보내도록 엽서가 준비되어 있다. 아무 시집이나 꺼내들고 아무 쪽이나 펼쳐 처음 보는 시를 낭송한다. 즉석 해설도 덧붙인다. 페이스 북을 통해 라이브 중계도 한다. 이 재미가 쏠쏠하다.

시도서관을 찾을 때마다 등산객들이 시도서관을 더 많이 이용하고 시 낭송을 했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 가끔은 여학생들이나 할머니들이 시 낭송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역시 여성이 시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나의 페북 생중계를 보고 나도 낭송할 수 있습니까?”라고 문의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이다. 아무나, 아무 시나 낭송할 수 있다.

시를 낭송하면 속으로 읽을 때보다 오히려 뜻이 명확하게 다가온다.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을 맛보기도 한다. 나는 원고지 1백 장, 1천 장의 산문은 쓰지만 짧은 시를 쓰지 못한다. 중학생 때 습작 몇 편 써본 것이 전부다. 그래서 시인을 존경한다. 매일 보는 간단한 사물도 시인의 눈을 거치면 특별하게 재탄생한다. 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흔하디흔한 장면이다. 이것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고 표현하면 귀하디귀한 시가 된다. 시의 존귀함이여! 시인의 위대함이여!

우리 사회는 시인을 잘 대접하지 않는다. 말로는 존경한다 하고, 속으로는 선망하면서도 시집을 잘 사지 않는다. 읽지도 않는다. 그래서 시만 써가지고는 입에 풀칠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직업을 갖고 부업으로 시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 잡은 뉴욕공공도서관의 맨해튼분관에는 직업정보센터(Job information center)가 있는데, 거기의 수많은 직업·일자리 관련 서적 가운데 <시인의 시장(poet’s market)>이란 책이 눈길을 끌었다. 시인도 이슬만 먹고 살 수 없으니 시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각종 정보를 실은 책이다. 미국은 역시 실용적인 나라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시를 더 가까이 하면 좋겠다. 누구나 소년 소녀 시절에는 문학소년 문학소녀였다. 나이 먹으면 각박한 현실에 매몰된다. 그럴수록 시를 가까이 하면 정신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관악산시도서관에 앉아 무심히 지나가는, 그럼에도 귀는 열려 있음에 틀림없는 미지의 등산객들을 향해, 그리고 페친들을 향해 시를 읽어준다. 나는 시 읽어주는 남자다.

재창간 3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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