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싸가지 없는 인간이 넘치는 세상
얼마 전 최전방 부대에서 근무하는 장교가 사병들과 같이 회식자리를 마련했다. 그런데 식사 도중에 식사를 마친 일등병 초임 사병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상병과 병장, 장교까지 함께 식사하는 자리인데, 먼저 먹었다고 말도 없이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면서 나머지는 그냥 멍하니 쳐다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장교가 그를 불러 세우고, “너는 할아버지와 식사할 때도, 먼저 먹으면 자리는 뜨니?”라고 묻자, “예”하고 대답했단다. 나머지 선임과 그 장교는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데, 자리를 떴다고 한다. ‘싸가지가 없다는 것이 저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고 한다. 이것은 상하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부재라는데 초점이 있다.
우리 모두는 존중받고 싶어 한다. 그동안 오직 ‘공부 최우선’ 분위기 때문에, 삶을 풍요롭게 하고 상대를 배려할 수 있는 예의라는 것이 사라져 버렸다. 심지어 독감에 걸려서 비틀거리며 설거지하는 엄마를 보고도, 그냥 공부방으로 들어가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어쩌면 남편과 자녀의 무관심과 소외로 상처 입은 엄마들이 반려동물에게 위로받고 있는지 모른다.
이렇게 자라난 아이들이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에 소개되는 인공지능 로봇을 보면 하나같이 상냥하고, 예의바르고 배려심이 충만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런 미덕을 원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아마도 서비스분야에서 이런 로봇이 등장한다면 인간들은 일자리를 잃고 말 것이다. 기억력과 계산능력, 판단력 뿐 아니라, 인성에 있어서도 로봇에게 뒤지게 될 것이다. 싸가지 없고, 밥맛없는 인간들로 넘치는 세상이 되면, 반려동물과 인공지능로봇이 넘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러다가는 사람이 사람을 소외시키는 지옥 같은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인성은 어린 시절 가정에서 부모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효과적이다. 그러려면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시간부터 회복해야 한다. 일주일에 두 번은 하늘이 두 쪽 나도 가족이 함께 모여야 한다. 이것이 우리 자녀들을 미래 사회에서 살아남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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