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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의 인생도 역사다
유종필의 관악소리
기사입력  2018/02/08 [16:18] 최종편집   

 

▲유종필 구청장


(
유종필의 관악소리)

평범한 사람의 인생도 역사다

 

아무리 하찮고 평범하게 산 사람이라도 삶의 경험은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소중한 것 아니겠습니까?” 한동창(81) 어르신의 말에 관악구가 2011년 전국 최초로 시작한 어르신 자서전 출간 사업의 의미가 들어 있다. 흔히 자서전이나 전기는 유명한 사람만 남기는 것처럼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이는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아무리 큰 강물도 수만 수천 갈래의 시냇물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처럼 역사의 강물 역시 민초들의 삶이 모여서 도도히 흘러가는 것이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의 인생도 자서전이 되고 역사가 된다.

▲출판된 어르신 자서전

 

언뜻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도 지나온 인생행로를 더듬어보면 결코 평범하지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일제치하와 8·15해방, 분단과 6·25전쟁, 4·19혁명과 5·16쿠데타, 베트남 참전과 중동건설 참여, 오일쇼크와 IMF외환위기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평범한 사람의 삶에 녹아 있다. 발에 차이는 돌덩이 하나에도 지구의 역사가 들어 있는 것처럼 어느 보통사람의 삶도 한국 현대사의 훌륭한 단면이 된다.

자서전을 쓰면서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어 자서전을 쓴 어르신은 나의 지나간 과거를 찬찬히 돌이켜보니 내 인생도 생각보다는 훨씬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자손들에게 일일이 말할 수 없었던 굴곡진 인생 궤적을 한 권의 책으로 남기니 가슴이 굉장히 뿌듯해요라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결정적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판단 하에 어떤 결단을 내렸는가, 이는 사람의 인생 판도를 확 바꾼다. 유네스코 기록유산만 기록유산이 아니다. 이런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면 기록유산이 된다. 팔순잔치 때 수건 대신 자서전을 돌렸더니 가족 친지 친구들의 대접이 달라지더라는 후일담은 공통점. 한마디로 참여자의 만족도가 대단히 높음을 알 수 있다.

해방 후 부부가 빨치산 활동을 하다 남편은 죽고 자신은 체포되어 파란만장한 생을 이어온 박정덕(86) 할머니. 반면 빨치산 토벌작전에 동원되었던 김관영(87) 할아버지. 역사의 현장에서 대척점에 섰던 이분들은 같은 관악구민으로 한 날 한 시 한 장소에서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가지면서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서 손을 맞잡았다.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감동으로 승화시키는 순간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박정덕 할머니는 나도 젊은 시절 꿈이 있었는데, 죽은 뒤 이 세상에 왔다 간 흔적도 없을 뻔 했어요. 그런데 구청의 도움으로 내 인생의 자취를 남기게 되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구귀순(71) 할머니는 맏며느리로 병든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딸만 일곱을 낳아 길렀는데, 아들 선호 분위기에서 딸들을 눈물로 훌륭하게 길러낸 사연을 일곱 개의 보석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으로 남기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탈고한 후 바로 생을 마감한 분도 두 분 계신다. 매우 애석한 일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자손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자서전을 남긴 셈이니 아름다운 마무리라 말할 수 있겠다.

자서전 사업은 2010년 구청장 출마 때의 공약이다. 구청에서 비용의 절반 정도를 지원하고, 전문 사회적기업인 희망사업단에서 주인공의 구술을 토대로 집필을 도와주거나 대필을 해준다. 두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지금은 여러 자치단체로 확산되는 중. 지난 7년 동안 출간되어 관악구 도서관에 영구 보관된 자서전은 모두 58. 똑같은 인생은 없다. 의미 없는 인생도 없다. 누구나 자서전을 남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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