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종철 거리 선포식의 의미
지난 1월 14일 박종철 열사가 학생시절 공부했던 하숙집이 있던 부근을 ‘박종철 거리’로 선포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마침 영화 ‘1987’이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탓인지, 각종 언론사의 카메라맨들로 북새통을 이루어 주민들이 놀라는 눈치였다.
당시 박종철의 시신은 경찰들의 압박으로 제대로 된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채, 화장되어 얼어붙은 강물에 뿌려졌다. 그 정도로 공포와 두려움이 나라 전체를 암흑처럼 감쌌던 살벌한 시절이었다. 참석한 박종철 누나의 소회를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도 같은 심정으로 공감했을 것이다.
이제 독재가 인권을 말살시키는 시대가 영영 오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그러나 독재자 개인이 아닌, 다수를 이룬 대중의 강력한 힘이 새로운 독재를 만들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민주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나와 다른 타인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용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적폐’라는 딱지가 붙는 순간 인권은 사라진다. 독재시대와 거의 다를 바 없는, 집단 린치가 SNS를 통해 여과 없이 뿌려진다.
우리는 과거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독재권력 앞에 숨을 죽여야 한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만, 주변을 살펴서 말해야 하고 금기어가 뭔지 아는 지혜를 배우고 있다.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면 서로 적(敵)이 될 가능성 농후한데, 어떻게 진심을 내 놓을 수 있겠는가? 무지개가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기에 아름답건만, 오직 흰색과 검은색 중에 어디냐고 묻는 세상이다. ‘박종철 거리’ 선포식을 했다고, ‘제2의 박종철’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순진함에서 깨어나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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