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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과 정치보복
기사입력  2017/08/28 [14:01] 최종편집   

 

▲최기만 객원 논설위원



최기만의 시사칼럼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내가 정치보복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가 박정희와 김대중 두 사람이 경쟁하던 1970년대 초반이니 제7대 대선을 앞두고 격돌하던 시기였다. 물론 정치보복이란 용어는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이 자신의 안정적 권력연장에 방해가 되는 정적들을 가혹하게 탄압할 때부터 시작된 말이었으나, 내가 그런 말을 기억하는 시기는 10대 초반이었던 그 즈음이다.

어촌동네의 어부들이 낡은 그물을 손질하는 공판장에 유세를 위해 나타난 신민당 국회의원 후보는 생선비린내 나는 낡은 의자 위에 올려둔 스텐 그릇에 담긴 물을 연신 마셔가며 사자후를 토해도 눈길을 주는 사람이 없었고, 같은 날 오후 유세를 나온 박정희의 사위 한병기 후보 연설회에는 동네 조합장의 테이블은 물론 직원들과 어부들이 모두 동원되었다. 그 화려한 연단에서 한병기는 말했다. 김대중은 정치보복의 화신이며 김일성의 지령을 받고 있다고.

그때도 지금처럼 죽으나 사나 민주공화당밖에 모르던 시골 촌로들은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면 정치보복으로 장관부터 동네 이장까지 모두 바뀔 것이니 위험한 인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 당시 정치보복이란 용어가 무슨 뜻일까 궁금했지만, 그로부터 50여 년이 가까운 지금도 여전히 정치보복이란 용어가 난무한다는 것은 우리의 정치문화가 별로 성장하지 못 했음을 나타내는 지표의 성격을 지닌다. 물론 이러한 정치문화의 성장을 저해한 원죄는 결국 형편없는 민도를 가진 유권자들에게 있지만 말이다. 유권자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에둘러 항변할 필요는 없다. 이미 관제화 된 신문이나 뉴스만 보고 어떤 쪽이 된장인지 가려내지 못 해 자식들에게까지 헬조선의 덤터기를 씌운 정치적 죄과는 결코 작지 않으니 말이다.

 

항변할 염치없는 유권자들

 

요즘도 자고 일어나면 여전히 정치보복이라는 구호를 듣는다. 정말 뜨악한 것은 얼마 전까지도 정치보복의 행패를 일삼던 자들의 입에서 나온다는 일인데, 세월호 재조사나 국정원 선거개입 재조사도 정치보복이요, 4대강 재감사는 아예 정치 한풀이란다. 박근혜 탄핵과 구속수사도 정치보복이라는 말이 명색이 제1야당이라는 자유한국당에서 공공연하게 나오는 걸 보면 박근혜 국정농단을 은폐한 공범전력을 그런 말로 희석해 집토끼라도 잡아두려는 궁색한 처지가 참 딱하기도, 한 편으로는 낯짝 두껍기도 하다.

나는 솔직히 말해 그런 정치인들이 말하는 정치보복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오래된 의문을 가지고 있다. 이명박근혜 보수정권 9년의 행패에 폭발한 촛불광장의 염원에서 탄생한 지금의 문재인 정부가 청산 대상자들에게 가한다는 정치보복행위를 정확하게 말하자면 적폐청산의 시작일 따름이다. 백지에 적폐청산이라고 써서 보수세력들에게 내밀면 정치보복으로 읽는 이들이니 말이다. 구습타파는 정치세력이 처한 위치에 따라 적폐청산을 빙자한 정치보복이 될 수도, 정치보복으로 의심받는 적폐청산이 될 수도 있지만, 순서야 어쨌든 주로 약자 측에서 주장하는 정치보복을 큰 틀에서 바라보면 정치 발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길게 말 할 것도 없이, 동네 술집을 상대로 금품갈취나 일삼는 조폭들이 자체 작성한 보고서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는데 정치보복이라고 문을 막아서는 깍두기들과 합세해 문을 잠그는 자들이 있다면 그게 공범자다. 보수세력들이 필사적으로 막아서는 정치보복론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우리도 공범이라는 자백이자 커밍아웃이다.

그런 공범들이나 공범세력을 추종하는 부류들이 즐겨 말하는 것들 중에는 잃어버린 10이 있다. 한국 정치사상 최초로 정권이 교체된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민주정부 10년을 저주하는 말이다. 그런 그들은 자신들이 잃어버렸다는 10년 동안 정치경험상 아주 중요한 것 하나를 깨달은 게 있다. 보수세력은 진보개혁세력을 10년 간 겪으면서 이들이 절대 정치보복을 하지 못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 것이 그것이다. 김대중은 지역감정이나 정치보복의 화신이라는 이미지가 거짓이었음과 증오의 정치를 끝내기 위해서라도 반대세력들에게 화해의 손을 먼저 내밀었으며, 상식의 정치를 내세운 노무현 역시 보편적 상식을 저버리지 않았음은 물론, 민주세력은 자신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의 발언권조차 보장하기 위해 싸우는 관용의 미덕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되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기는 자가 모두를 차지하는 승자독식, 지더라도 별다른 책임을 질 것이 없는 게임이라면 절대 합리적 신사가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바로 통합과 화해의 정치철학이 지닌 치명적 함정이다.

 

보수세력이 10년동안 배운 것

 

냉정한 머리로 생각해 보자. 한국에서 타협과 통합의 정치가 정착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 진보진영에 있다면 진보성향 독자들의 미움을 받을까 걱정이지만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니 어쩌겠는가. 잘 생각해 보라. 합리적 판단을 이끄는 힘은 관용이라 믿고 싶겠지만 관용은 막 나가는 상대에게 고집과 트집의 연장이라는 결과만 제공할 뿐, 상대에게 느끼는 두려움이야말로 협상과 타협을 택할 수밖에 없도록 선택권을 제한하는 근본적 힘이다. 관용은 한 쪽에만 있고 다른 상대가 보복과 탄압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보복의 정치를 구사하는 쪽에서는 타협과 통합에 나설 아무런 이유가 없다. 결국 진보진영의 무원칙한 관용이 상대의 막무가내식 행패를 용인하면서 오히려 타협과 통합의 정치를 저해하고 있는 꼴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전 정권의 범죄사실을 묻지 않고 아무 효과도 없는 통합과 화해를 내세워 면죄부를 남발하던 진보세력의 적폐도 이미 청산 대상이라는 사실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죄질이 나쁜 범죄자를 처벌하지 않고 화해를 빙자한 훈방조치를 남발한다면 범죄 억제가 아닌 오히려 부추기는 일이다. 이권청탁에 눈이 먼 범죄자들끼리 서로 짜고 꾸민 보고서를 재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과연 정치보복일까? 그런 합법적 범죄청산행위를 정치보복이라고 한다면 더욱 철저한 정치보복이 가해져야 보복의 정치시대가 끝날 수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정치질서에 있어 긍정의 가치만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부정의 가치가 더 큰 효과를 보기도 한다. 관용이라는 긍정의 가치가 사람들을 감화시켜 더 좋은 정치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반면, 정치보복이라는 부정의 가치는 게임의 참여자에게 두려움을 안겨 극단적 대립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도록 재촉하는, 어쩌면 감화의 효과보다 자신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 신속하고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음 선거에서 내가 지더라도 전직들처럼 특별한 책임을 묻지 않을 거라는 잘못된 용서와 관용의 정치미덕이 불러온 결과는 불행하게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이상적 유토피아를 꿈꾸던 노무현의 죽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노무현의 죽음이 상징하는 적폐들을 청산할 최대의 호기다. 더 이상 무엇이 두려운가? 박근혜 공범들이 부르짖는 정치보복이라는 헛소리를 일축하고 국민이 요구하는 적폐청산을 강하게 밀어부쳐라. 집안의 바퀴벌레처럼 사라지지 않고 역습을 노리는 공범세력들이 기운을 회복하기 전에. 용서는 진정으로 참회하는 자에게만 베푸는 것이다.

최기만/ 객원 논설위원
재창간 2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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