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끼리끼리’ 뭉치면 결국 망한다.
중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싱거워서 마음에 닿지 않겠지만,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허리가 아파서 세수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본 적이 있다면 다를 것이다. 정상적이던 몸이 비정상이 되고 나면, 반듯하고 짱짱하게 걷는 게 기적이라고 말한 중국인의 심정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아프기 전과 후’가 이렇게 분명하게 갈라지는 게 몸의 신비가 아니고 무엇이랴! 자신의 몸뿐 아니라, 사람들이 관계되는 크고 작은 모든 조직체는 몸과 같은 유기체이다. 굳이 헌법을 들먹이지 않더라고 무엇이 공의이며, 합법인지 안다. 그리고 법에도 눈물이 있으며, 법의 운용자는 바로 생명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도 안다. 그런데 이 법이 특정 권력자와 돈 앞에서 구부러지면서 통증을 일으키고 있다. 가벼운 통증이면 참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똑바로 서기도 힘들고, 심하면 걷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선출직 권력자들에게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기적을 요구하지 않는다. 고장 난 유기체인 국가 조직을 정상으로 회복시켜 달라는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편식’이 가장 좋지 않다고 가르치는데, 동네 모임이든 구청과 같은 큰 조직이든 ‘동향’에 대한 편애가 심하다. 어느 학교출신인가? 어디 지방 출신인가? 라고 선별하여 당(黨)을 만든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대는 88% 정도(2016년 기준)가 서울대 출신 교수라고 한다. 심지어 법조계와 국회도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이런 비정상이 심해져서 대통령의 탄핵까지 이르렀건만, 여전히 이 달콤한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동종교배(同種交配)는 멸망으로 간다는 것을 미생물과 자연생태계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끼리끼리’ 중심의 인사 편식은 조직의 투명성을 병들게 하고, 비밀이 많아지며 결국은 망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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