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자서전: <가고파의 추억> 저자 김미자님
내 마음속 집은 마산, 가고파의 고향 마산
나는 1943년 5월 경남 마산시 대창동에서 6녀 2남 중 넷째 딸로 태어났다. 마산은 가고파의 고향이다. 고향땅만 밟아도 마음이 평안하고 옛날 집 앞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것을 생각만 해도 잠이 솔솔 온다. 늘 고향집을 생각하면 마음이 평안하다. 무학산에서 흘러내리는 냇물과 앞에 가고파의 앞바다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지금도 부모, 형제가 다 마산에 있어 한 달에 한 번씩 내려간다. 요즘은 KTX로 내려가면 시간도 빠르고 편안해서 좋다. 참 좋은 세상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위로 언니만 셋에 다섯째 동생이 남동생이었다. 나도 1966년 초등학교 교사인 전영수 씨를 만나 결혼을 하였다.
당시는 희망이 있던 시절이었다. 월급이 적고 어려워도 희망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늘 나를 지지해 줄 든든한 가족이 있었고 마산은 언제나 따뜻한 나의 고향이었다. 비록 전쟁과 굶주림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저력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이제 막 성장을 하기 시작한 청춘이었고 나도 그랬다.
20대 초반,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절이었다. 나는 공장 일을 마치면 매일 저녁마다 그냥 빈 종이에 편지를 한통씩 썼다. 나는 이 편지를 ‘허공에 붙이는 편지’라 했다.
위로 딸 넷을 낳고 다섯째로 아들을 낳았다.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라 생각된다. 연속을 딸을 낳아 기를 때 우리 친정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아들 선호 사상이 매우 강했던 시절, 특히 보수적인 마산에서 살면서 연속으로 딸을 낳은 여성들의 고충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다 모를 것이다. 나 또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과 화병까지 생기며 고생을 했지만 이로 인해 내 몸과 마음은 더욱 강해 질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근 11년간 마산에서 시집살이를 하며 아이를 낳아 기르다 1974년에 아들을 낳으면서 그간의 노고가 아름다운 열매로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였다. 아들은 삶의 반전(反轉)이었다. 나의 우울했던 70년대를 기쁨과 자신감으로 변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셋째, 넷째를 낳아 기르며 나는 더욱 몸과 마음이 강해졌다.
아들이 결혼을 하니 나도 며느리가 생겼다. 나는 며느리에게는 좋은 말만 하고 칭찬만 하려 노력한다. 내가 딸이 넷이고 나도 오랫동안 시집살이를 하며 고생을 했기에 며느리가 남 같지 않다. 아들이 결혼하고 로스쿨 공부할 때 얼마간 같이 산 적이 있었다. 며느리가 아이를 훈육할 때는 방에 들어가 문 닫고 있다 한참 뒤에 좋게 이야기 해주었다.
또 아이들이 편하게 지내도록 우리 부부가 일부러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렇게 조심하며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며느리가 얼마 전에 아들을 낳아서 나와 같이 자유로운 마음이 들었으리라 짐작을 해본다. 요즘 젊은이들은 아들, 딸을 차별하지도 않고 오히려 딸을 더 선호한다고 하니 딸 둘을 낳고 아들을 낳은 것이 우리 모두에게 잘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요즘도 나는 한 달에 한번 정도는 꼭 마산에 내려가서 지인들과 가족들을 만난다. 서울에 올라 온지도 근 40여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 집은 마산에 있다. 가고파의 고향 마산, 지금은 창원, 진해와 통합된 거대한 도시이지만 여전히 무학산은 그대로 있고 가고파의 바다도 그대로이다. 이제 남은 여생은 자녀, 손주들이 아름답게 성장하고 사회에서 기여하는 모습을 보며 일생을 수고한 남편과 함께 건강하게 해로하며 보내고 싶다.
[김미자, 가고파의 추억, 희망사업단, 서울, 2017]
자서전 제작자 해설
김미자님은 전영수님과 함께 부부가 동시에 자서전을 제작한 첫 번째 사례이다. 필자가 자서전을 지난 6년간 제작하면서 여성과 남성의 기술방식이 매우 달랐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늘 갖고 있던 생각이 부부가 자서전을 쓰더라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김미자님 자서전을 제작하면서 그것이 입증이 되었다.
이번 김미자님 자서전 제작에는 아드님의 강권이 있어서 가능했다. 처음에는 많이 사양하셔서 과연 될까 싶었는데 막상 제작을 시작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결과 부부의 내용이 결혼 부분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른 관점에서 기술되었다.
필자는 이를 계기로 ‘가족사’ 저술이 보편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부부가 각자의 자서전을 쓰고 중년의 자녀들이 각자의 삶의 전환기에 자서전을 쓴다면 가족사가 입체적으로 완성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런 시도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유명종/ 희망사업단 대표
재창간 28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