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사제 함세웅 · 악마기자 주진우의 토크콘서트
“야권이 더욱더 연대해야 30년 전과 같은 과오 반복하지 않을 것”
지난 2월 12일 일요일 오후 3시 관악구청 대강당에 정의 사제와 악마 기자가 나타났다. 1974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창립하고, 박정희와 전두환 군부독재 하에서 두 차례 옥고를 치르면서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정의의 사제 함세웅 신부와 2004년 대형교회의 비리를 고발하는 기사를 쓴 뒤 악마 기자(사탄 기자)라는 별명을 얻은 주진우 기자가 토크쇼를 벌이기 위해서다.
하루 전 지인들과 광화문 제15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후 신림역 관악바보주막에 들렀다. 자신은 비운동권이었는데 <악마기자, 정의사제>를 읽고 그들에게 빚을 졌다는 느낌을 받고 본 행사를 기획했다는 한 조합원과 촛불의 힘에 대한 이야기들로 술잔을 기울이다가 행사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3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토크쇼는, 2015년 5개 도시에서 역사, 정치, 민주, 통일, 신념이라는 각각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함 신부와 주 기자의 현대사콘서트’의 연장선상이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향하는 이들이 가족이나 동지적 결속으로 확산되는 작업들을 부단히 해나가야 함을 얘기하는 함 신부님은 말한다. “4자 필승론이 우세하던 1987년, 야권이 무너지고 노태우에게 헌납됐다. 3자 필승론이 나오는 2017년, 야권이 더욱더 연대해야 30년 전과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대선이 펼쳐지면 바른정당이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는 투표해도 더불어민주당에게는 표를 안 던지겠다.’는 야권 후보들이 있는 현실 앞에서 관악바보주막은 끊임없이 야권단합을 주장해야 한다.”라고.
함 신부님은, 종교의 초창기는 아름답다가 제도화가 되면서 권력이 생기는 현실에 대한 회의도 드러냈다. “현재 박근혜를 예찬하는 박사모가 주축이 된 미신과 광신의 현주소가 이를 말한다. 여러분의 진정한 예수님은 누구인가? 종교인들, 권력자들, 부자들이 예수를 못 박았다. 민중의 편, 약자의 편에 서지 않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모독이다.”
“명동성당이 과거처럼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왜 그런가?”라고 묻는 청중의 질문에는 “제가 교회입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교회입니다. 명동성당에 가서 ‘박근혜를 지지한 염수정 추기경은 반성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2시간 동안 서 있어 보십시오”라고 답했다. 오랜 세월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분의 내공 있는 촌철살인이다.
주 기자는 여론조사에 대한 맹신을 경계했다. 70%로 클린턴 우세를 보였던 ‘클린턴과 트럼프의 여론조사’는 완전히 뒤바뀐 채 나타났었다. 또 “작년,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는 박근혜’에 대한 탄핵 확률이 0%라고 점쳤었으나 지금은 박근혜가 탄핵될 위기에 처해있지 않은가?”라고 물음을 던졌다.
“종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과거 2% 미만의 시청률을 보인 종편이 재방 3방 아니 10방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매우 우려스럽다. 지금 언론은 ‘저런 무당 같은 사람은 안 돼, 저런 약쟁이는 안 돼’라고 박근혜라는 한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지 언론이 제자리로 가는 것이 아니다. 현 야권을 흔들고 때리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언론이 문제다. 그리고 정치인들도 믿지 말라. 우리만 바로 서 있으면 된다.”라고 답했다.
주 기자는 현재 자신의 처지에 대해 말한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바퀴벌레들이 있다. 그 중에 내 눈 앞에 있는 큰 바퀴벌레에 집중한다. 이명박, 박근혜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2시간이 넘게 묻고 답하는 토크쇼의 열기는 뜨거웠다. 촛불의 힘으로 깨어있는 시민들이 있는 한, 역사는 진보해 나갈 것이다.
임호남/ 시민기자
재창간 28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