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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학도의 잔칫상과 청와대의 잔칫상
(최기만의 시사칼럼)
기사입력  2016/09/09 [15:45] 최종편집   

 

▲최기만 객원 논설위원

 

(최기만의 시사칼럼)

변학도의 잔칫상과 청와대의 잔칫상

 

조선 최고의 고전인 춘향전은 대략 영조와 정조 집권 시기인 1700년대 중반에 탄생했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한다. 애초에 판소리 구전으로 전승되던 춘향전이 1860년대에 이르러서야 한문판 등 몇 종류의 판본으로 출현했으니, 그것도 판소리 탄생 후 100여년이 지나서였다.

 

지금도 여전히 원작자를 알 수 없는 춘향전은 그동안 다양한 문학적 시각으로 재해석 되면서 수많은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 버전으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곤 했는데, 고전의 정석 춘향전 최대의 묘미는 누가 뭐래도 지금처럼 권력형 부패가 만연한 답답한 상황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통쾌하고도 극적인 반전(反轉)에 있다. 게다가 과거시험에 낙방해 거지꼴로 귀향한 이몽룡임에도 불구하고 언약을 지키려는 성춘향의 절개와, 양반의 자제에서 어사라는 권력자로 신분의 수직상승을 이루었음에도 기생의 딸을 정실로 맞아들이는 해피엔딩을 통해 양반과 천민이 하나가 되는 대동(大同)으로의 귀결이 춘향전을 접하는 민중의 마음에 진한 감동을 남긴 탓이 아닌가 싶다.

 

역사상 최고의 히트작 춘향전 최대 절정은 누가 뭐래도 금준미주시(金樽美酒詩)가 등장하는 변학도 생일잔치 사건이다. 이 한시는 이미 중국에서 전해 오던 것으로, 명나라 장수 조도사(趙都司)가 중국 오륜전비(伍倫全備)의 한 구절을 조선에 와서 언급한 것이다. 그는 사신들과 조선에 왔다가 영창대군이 살해되고 극심한 흉년으로 백성은 죽어가도 상당수의 권력자들은 연일 잔치나 즐기는 어지러운 정세를 두고 이 시를 언급하며 탄식했는데, 춘향전 원작자는 백성들 사이에 비밀리에 전해지던 이 한시를 끌어와 춘향전 창작 중 이몽룡이 부패인사 변학도를 지목한 풍자시로 활용했다.

 

청와대에 밀린 변 사또의 잔칫상

 

변학도가 생일잔치를 하던 날 끝자리에 앉은 이몽룡이 술과 안주를 얻어먹은 뒤 써 보인 시가 '금준미주(金樽美酒) 천인혈(千人血), 옥반가효(玉盤佳肴) 만성고(萬姓膏), 촉루락시(燭淚落時) 민루락(民淚落),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聲高)’라는 내용으로, 금잔에 담긴 술은 천백성의 피요, 옥쟁반에 담긴 요리는 만백성에게 짜낸 고혈이며 촛대에 촛농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풍악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 원성도 높다는 뜻이다.

 

낯선 양반 거지가 놓고 간 종이를 펼쳐든 지역 토호들의 판단은 빨랐다. 천하의 변학도 앞에 이런 직설을 내던질 인물이면 목숨을 두 개로 아는 바보이거나 조정에서 나온 특수 감찰사 둘 중의 하나일 터. 그들의 감각은 후자의 냄새를 감지하고 서둘러 자리를 뜨던 와중에 결국 암행어사가 출도(出道)하고 자신들도 공범으로 체포되는 사달이 나고야 만다.

 

오륜전비에 적힌 금준미주시까지 불러온 남원 부사 변학도의 잔칫상이 제 아무리 화려했다 한들 청와대 축하연에 차려진 산해진미에 비했을까. 지난 달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청와대의 낙점지시를 받은 새누리당 의원들에 의해 이정현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었다. 호남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TK 대통령의 복심과 입으로 불리던 이정현 정도의 미들급 인사가 청와대에서 수시로 발사되는 리모컨 신호에 어떻게 움직일지는 손가락에 찍어 맛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도로 친박당으로 재정비된 모습을 흡족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대통령은 신임 대표위원들을 모두 불러놓고 변학도가 부러워했을만한 진수성찬으로 그들을 환대해 주었다. 문제는 그들의 잔칫상에 올라온 메뉴 상당수가 헬조선의 극한 환경에서 신음하는 서민고통을 외면한 초호화판이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가 올여름 내내 전국을 신음으로 몰아넣고, 징벌적 누진세 폭탄이 두려운 국민들은 자린고비가 되어 에어컨을 장식용 가전제품으로 모셔두고 더울 때마다 한 번씩 쳐다보며 부채질로 대신하는 이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여당의 정치 지도자들이라는 자들은 서민들 가정에서 뺏어온 누진세로 에어컨을 마음껏 틀어놓고 국민들은 상상도 못할 초고가의 럭셔리 음식들을 먹어 치우며 또다시 개 돼지급 서민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500g에 수백만원이 넘는 송로버섯, 철갑상어 알 캐비어, 상어 지느러미 샥스핀, 바닷가재, 농성어 등 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음식만 내놓고 양주잔을 부딪치며 취기가 오른 얼굴로 연신 브라보를 외쳤으니 이 사람들은 대체 어느 나라 국민들이 뽑아준 정치인인지 극한 분노가 치민다. 그러니 청와대에서 초호화판 만찬을 즐긴 것은 어려운 국민의 감정을 전혀 헤아리지 않은 버르장머리 없는 행태라고 비난을 받아도 아무런 할 말이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이나 롯데그룹 비리, 각종 비리인사 등용은 물론 우병우 문제나 법조계 비리, 문제가 커진 다음에 해결한답시고 뒷북치는 한진해운 물류대란 등 매일 아침 눈만 뜨면 초대형 비리사건이 하루도 거르지 않는 지옥 같은 헬조선 시대를 국민에게 떠안겨버린 당사자들이 구중궁궐에 앉아 국민을 향해 국가발전을 좀먹는 그런 자조어를 쓰지 말라는 둥 막돼먹은 훈시까지 하고 있으니 주객전도나 황당무계는 바로 이런 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암행어사 출도에 목 타는 민심

 

왕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조선 전제군주시대에도 백성들에 대한 이런 식의 개 무시는 없었다. 조선시대의 임금들은 가뭄이나 혹서, 홍수나 전염병 등으로 인해 백성들의 고통이 깊어질 때에는 임금과 관료들의 밥상에 오르는 반찬수를 줄이라는 감선령(減膳令)을 내렸다. 이는 백성의 녹을 먹는 임금이나 벼슬아치들이 자신의 밥상에서 줄어든 반찬을 보며 밥을 먹을 때마다 이보다 형편없을 백성들의 궁핍한 식탁을 생각하며 고통을 겪는 백성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분담하려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송로버섯과 샥스핀, 캐비어로 상징되는 청와대발 호화판 먹방 식탁에서는 국민이라는 호구들을 의식하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었다. 이 자리에서 먹방을 즐기던 어느 누구도 지난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의 원인을 찾아내 국민에게 사죄하고 반성하는 모습이라도 보이자는 양심적 정치인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의 머릿속은 지금도 여전히 다수당이자 공룡당이며 차기정권 연장도 어렵지 않다는 그릇된 자만심이 깔려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그 자만심은 또 어떤 선거부정을 통한 가능성에서 비롯되는지 그들이 그리는 밑그림을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이제는 어느 한 곳도 성한 곳이 남아있지 않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환부를 도려내지 않는 셀프개혁은 이 정권의 취미요 특기인지라 춘향전 같은 암행어사가 출도해 비리사범들 모두 봉고파직(封庫罷職)을 시켜 본때를 보이지 않고서는 해결이 불가능한, 시쳇말로 나라꼴이 개차반이 된지 이미 오래다. 정부의 암행어사들은 비리인사들에게 큰돈을 받고 허물을 덮어 진실한 사람으로 포장까지 해주는데 혈안이 되어 있으니 더 무엇을 기대하랴.

 

그래서 민심은 하늘을 보며 긴 가뭄에 목이 타는 농심의 갈증으로 기다린다. 다음 대통령은 춘향전의 이몽룡처럼 가차 없는 권선징악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이 나와 주기를 말이다. 대통령은 시진핑에게 사드 반대라는 면박을 받고 나온 자리에서도 청문회에서 드러난 악성비리 연루자들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전자결재를 강행했다. 국민 보호에는 한없이 무능하나 자기방어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정말이지 이렇게 독한 사람은 살다 살다 처음 본다.

 

최기만 객원 논설위원

재창간 2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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