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바보주막에서 정청래 전 국회의원 강연을 듣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남북이 상생하는 경제협력, 그것을 통한 평화적인 통일”
나는 신림역에 위치한 막걸리집인 관악바보주막의 단골이다. 봉하막걸리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막의 색다른 분위기와 술을 마시며 자연스럽게 나오는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가십까지 아우르는 손님들의 입담 안주빨(?)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많은데 이곳은 예외다. 주막 창가에 비치한 백여 권이 넘는 여러 분야의 책들이 그런 분위기를 더 부추기는지도 모르겠다.
복합문화공간을 추구한다는 이 관악바보주막이 소통 공간으로서의 면모를 느끼게 하는 또 다른 매력은 매월 개최하는 명사 초청강연회이다. 최근 <헬조선 탈출? 관악바보주막에서 듣는다.>를 주제로 연속 기획하여, 정봉주 전 국회의원,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의 강연을 지역 주민들에게 선사했고, 이번 6월엔 정청래 전 국회의원 강연회를 실시하였다.
정청래 전 의원과는, 2014년 광화문에서 세월호 문제 해결촉구를 위한 단식에 함께 참여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담소도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정 전 의원은 단식을 한 지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고 결의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서 인상적이었다. 관악바보주막에서 강연회 행사 포스터를 보고는, 정청래 의원과 막걸리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술맛이 참맛일 것 같아 설레었다.
강연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남북이 상생하는 경제협력, 그것을 통한 평화적인 통일>에 대한 것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구상’에 대해 교감을 나눴던 클린턴 전 미대통령이 북·미 수교를 추진하고, 북·일 수교를 통한 북한 경제 부흥, 평화협정과 남북의 불가침 선언, 남북 철도 연결과 비핵화를 차례로 이루어내려 했던 계획이 미국의 정권 교체로 불발에 그쳐야만 했던 아쉬움을 토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안했던, 북한 해주공단 조성 등을 통한 경제협력이 갖는 의의를 논리정연하고 감칠맛 나는 말솜씨에 녹여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국가안보와, 흡수통일을 할 때 우리가 겪을 경제적, 군사적 부담을 염두에 둔다면 한반도에는 반드시 평화가 유지돼야 하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주막은 100여 명이 넘는 청중으로 꽉 찼는데, 일부 청중들은 의자가 없어 바닥에 앉아 들으면서도 연신 웃음을 터뜨리고 맞장구를 쳐주고 박수를 보냈다. 정청래 전 의원은 몸 상태가 안 좋다면서도 열기를 뿜으며 강연을 이어나가, 사회자가 소개한 대로 ‘참 불굴인’의 면모를 보였다. 그분에게 딱 어울리는 별칭인 것 같다. 다만 몸이 안 좋아 뒤풀이에서 봉하막걸리를 함께 기울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아니, 그보다 더 아쉬운 건 새로운 20대 국회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앞으로도 계속 ‘참 불굴인’ 정청래 전 의원의 모습을 기대한다.
(본 강연은 국민TV (http://kukmin.tv/1489)에서다시 볼 수 있다고 한다.)
최우선 은천동 주민
재창간 26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