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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를 위한 축배
■최기만의 시사칼럼
기사입력  2016/06/09 [16:44] 최종편집   

 

▲ 최기만 객원 논설위원


최기만의 시사칼럼

버니 샌더스를 위한 축배

 

외국에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나라가 있다면 미국이 거의 유일할 것 같다. 미국과 견줄만한 체급인 중국은 개인의 공약을 금기시 하는 공산당 간선제라 그렇고, 직선제라도 개표 결과가 예상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던 러시아는 더 그렇다. 특히나 전통적인 계파정치로 철저하게 권력을 나눠먹는 일본의 각본선거는 누가 총리대신이 되건 아예 관심 자체가 없으니 어떤 놈이 되건 뭐 하나 달라질 게 없다는 포기나 체념감이다. 영국 수상이나 프랑스 대통령이 누가 되든, 남미나 동남아의 국가 원수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사는 이유도 한국과 첨예하게 맞설 국가적 분쟁 소지가 대수로운 수준이 못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국가원수 선출과정에 특별한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지구상의 다른 모든 나라를 합쳐도 미국이라는 글로벌 파워 하나에 비교할 수 없는 국가적 위상 때문이겠지만, 대놓고 말하면 미 대통령의 정치신념이나 의도에 따라 한국 같은 변방국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는 현실적 영향력 안에 혼재된 기대감과 두려움이라는 요소가 비상한 관심의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팔순 노인에게 열광하는 신세대

 

엊그제 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끝내 샌더스 돌풍을 따돌리고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전체 대의원의 과반수)를 달성하면서 민주 공화 양당은 각각 클린턴과 트럼프로 조기 정리되었음은 못내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다. 그 이유는 최종적으로 버니 샌더스가 패한다 하더라도 발언권과 무게감이 상당한 예비경선이라는 장치 안에서 미국의 변화가 불러올 세계의 변화바람(Wind of Change)이 좀 더 길고 강하게 불어주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일정은 남았지만 동력이 떨어진 버니 샌더스가 경선 완주를 재천명한 것도 이러한 발언들이 공론의 장 안에서 충분히 논의 및 확산되길 바랐던 이유다. 그러나 그는 자신들의 부를 연장해줄 힐러리와 트럼프로의 압축여론몰이에 성공한 주류 보수층의 견제로 인해 절반의 승리만을 가지고 무대에서 퇴장해야할 시간과 맞닥뜨린 상황이다.

 

미국 주류 보수층의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는 힐러리와 부동산 재벌 트럼프 못지않게 주목을 받은 노 정객이 바로 미 상원에서 유일한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사회민주주의자 버니 샌더스 버몬트 주 상원의원이다. 올해 76세인 샌더스는 미국의 흙수저로 분류되는 밀레니엄 세대의 절대적 공감을 얻었다. 비록 절반의 꿈을 이룬 샌더스지만, 조연의 역할로 끝난 샌더스의 존재는 두 명의 주연과 미국인들에게 당신들에게 공평한 미국은, 그리고 정의로운 세계는 무엇인가?’ 하는 사실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버몬트라는 작은 지역의 주지사로 있으면서 거의 무명정치인에 가깝던 샌더스가 예비경선을 통해 보여준 미국식 자본정의와 보편적 공정성에 대한 가치추구는 고질적인 미국병을 맹신으로 떠받들고 있는 세계인들에게 던져준 충격의 여파는 앞으로도 상당할 것 같다. 많은 미국인들은 지난 201012, 아들 부시 행정부시절 도입된 부자감세기간 연장에 민주 공화 양당이 합의한데 대한 반대의견으로 의회 발언대에 서서 8시간 37분간 행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기억하면서, 미국의 경제 및 사회적 모순과 불평등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급소를 찌르는 샌더스의 자료를 다시 찾아보며 분노하고 열광했다. 미국인 자신들도 잘 모르고 있었던 경악할 부조리들이 쉬지 않고 그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내 빈약한 유리지갑에서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빠져나간 돈들이 부조리한 기업들의 살을 찌우고, 그렇게 살찐 재벌들이 고리로 내 보금자리마저 빼앗는 구조적 경제 불의가 횡행하고 있는 현실을, 미국인들은 소속정당도 없는 버니 샌더스라는 자칭 사회주의 정치인을 통해 빠르게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기업들은 이미 2조 달러의 현금을 쥐고 있다. 돈이 충분한 재벌들을 위해 왜 서민들의 돈을 긁어 그들을 도와주어야 하는가?” (부자들에게 감면해준 만큼 줄어든 세금은 결국 서민의 세금으로 채워야 하기에) “부자의 세금을 깎아 주고, 최저임금 인상을 거부하고,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거부한다면 그 자가 바로 극단주의자다.” “다음 대통령 임기 안에 미국의 매파 및 군산복합체들은 적어도 두 개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돈을 위한 대량살상의 비극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버니 샌더스의 필리버스터 사건 2년 후인 2012, 8시간 37분 동안 미국사회의 온갖 모순과 정책대안을 역설한 샌더스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오바마와 공화당이 합의했던 부시의 부자감세 연장법이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폐기되었기 때문이다.

 

헬조선 흙수저들에게 던지는 희망

 

미국뿐만 세계를 설득했던 샌더스 돌풍현상은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그의 주장에 유권자들이 적극 공감한 결과이기도 하다. 미국에는 혁명이 필요하다고 외치며 소득 불평등 해소와 중산층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는 그는 월가의 초대형 은행들을 해체하고 조세제도를 개혁해 상위 1%의 부자들에게 몰려 있는 부를 재분배하겠다는 게 공약의 핵심이다. 그를 극단주의자로 폄훼하는 견해도 있지만,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 병폐를 막지 못하는 기성 정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비판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이러한 샌더스의 고민은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조차 '헬조선의 흙수저'라는 자조어에 괴로워하며 현실에 좌절하는 젊은 밀레니엄 세대의 미래를 반전시켜줄만한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으니 오죽하면 한국에서 부는 샌더스 열풍이 한국의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몹시 씁쓸하다고 평하는 외신도 있을까.

 

한국인들은 지한파를 선호한다. 특히 한국과의 인연이나 교분, 친구나 사연, 문화나 음식 등 연관되는 것들을 모두 열거하면서 특정인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면 한국에 유리할 것이라는 재벌언론들의 설레발이 그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보다는 클린턴이란다. 하지만 한국인들 대다수가 크게 혼동하는 부분 하나를 확실히 정리해 두자면, 그들은 철저히 미국의 이익을 위한 미국의 대통령일 뿐, 한국의 대통령이 아니라는 사실을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한 국가의 수장이 다른 수장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동네 친구가 내 부탁 한 번 들어줄 만큼도 못 되는 일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오늘 밤엔 서재 책상에 앉아 컵에 든 와인 한 잔을 들고 패자를 위한 축배를 들어본다. 부의 불공정한 분배, 빈부격차, 최저임금 인상 외에도 미국인들의 존엄한 삶을 위해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와 그가 가진 정치철학의 만개를 위하여. 그리곤 생각한다. 샌더스 같은 정치인을 인정해 주는 미국의 유권자 문화가 정말 부럽다.

 

옆집 창문으로 보이는 TV에서는 한 종편 방송이 샌더스의 생각을 가진 어느 유력 정치인을 오늘도 열심히 밟아대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버니 샌더스의 발언 중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 하나 떠올라 마음이 참 울적하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고 소수가 지배하는 과두정치 체제가 부상하고 있다. 분명히 기억하라.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을 지는 대기업이 소유한 매체들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최기만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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